2010년 10월 17일 일요일

하루 2차례씩 꼭 ‘앉았다 서기’ 운동… 식사는 1분도 어긋나지 않게 1식3찬

하루 2차례씩 꼭 '앉았다 서기' 운동… 식사는 1분도 어긋나지 않게 1식3찬


현일훈기자 one@munhwa.com | 기사 게재 일자 : 2010-05-20 14:38


▲ 변춘기 할머니가 큰아들 김진영씨와 지난 18일 오후 강원 인제군 남면 어론리 소리향마을 집앞 꽃밭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인제 = 곽성호기자


강원 인제 소리향마을 '96세 변춘기 할머니'

지난 18일 강원 인제군 남면 어론리 '소리향마을'. 봄비가 촉촉히 내려서인지 한적한 농촌마을이 더욱 아늑해 보였다.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소나무 숲에서 나오는 향기가 코를 자극해 머리조차 맑고 상쾌했다. 마을로 들어서 자그마한 단층 기와집 안에 들어서자 마침 한 할머니가 마루에서 낮잠을 자고 있었다.

단잠을 자고 있던 할머니는 이 마을 최장수 할머니인 변춘기(96)씨였다. "평소에는 산책할 시간인데, 비도 오고 해서 잠깐 눈 붙였어." 변 할머니가 수줍게 맞아주었다.

백수(白壽)를 바라보는 나이가 도무지 믿기지 않을 만큼 얼굴에 주름살이 적었고 볼그레한 피부에 윤기가 흘렀다. 변 할머니는 키 140㎝, 몸무게 52㎏의 자그마한 체구지만 목소리엔 힘이 있고 무척 다부져 보였다. 90대 노인에게 당연히 있을 법한 검버섯찾아보기가 어려웠다.

"젊었을 때부터 감기 한번 안 걸렸어. 10여년 전부터 이따금씩 어지럼증이 있을 뿐 가벼운 병치레도 거의 한 적이 없어."

할머니는 요즘 건강상태를 묻는 질문에 이같이 자신있게 말했다. 돋보기를 끼지 않고 신문과 TV를 볼 수 있을 정도로 시력도 좋다고 한다.

할머니는 인근 화천에서 태어나 인제로 시집온 그야말로 강원도 토박이다. 17세 때 시집온 이후 이 마을에서만 80년 가까이 살고 있다

언제나 아침, 저녁으로 마을 주변을 걸어다니며 마을 주민의 사소한 얘기들까지 전하는 마을의 마당발이자 '소식통'이기도 하다. 1주일에 세 번은 꼭 며느리와 함께 마을회관에 나가 사물놀이를 배우는 등 배움에 대한 열정도 대단하다. 할머니는 슬하에 2남3녀를 두고 있다. 손자, 손녀, 증손자까지 4대가 한 집에 모이면 50명이 넘는다고 한다. 할머니의 장수 건강 음식 1호는 바로 '된장'이다.

"내가 이렇게 체구는 작아도 매일 잡곡밥을 큰 사발에 된장하고 비벼서 먹어. 이것저것 잡다하게 먹기보다 늘 먹던 음식이지만 끼니때마다 꼭 챙겨 먹지."

할머니의 밥상은 된장찌개에다 소고기 장조림, 새우젓 정도로 3찬을 넘지 않는다. 식사시간도 언제나 일정하다. 아침은 오전 7시30분, 점심은 낮 12시, 저녁은 오후 5시를 꼭 지킨다.

"평생을 정해놓은 시간에 식사를 하다 보니 내 배꼽시계가 진짜 시계만큼 정확해"라고 농담도 빼놓지 않았다. 규칙적인 식사습관 때문인지 몸무게도 항상 52㎏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커피 등 기호식품도 즐긴다. 커피는 하루에 세 잔 이상씩 마시고 과자와 사탕도 간식으로 먹는다고 한다. 동안의 비결을 묻자 할머니는 "몸에 좋은 음식을 찾아 먹는 편은 아니지만 술과 담배처럼 건강에 해로운 건 입에 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식습관뿐 아니라 운동습관도 특이했다. 그는 젊었을 때부터 평생 동안 아침 저녁으로 제자리에서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하는 운동을 한다고 했다. 하체단련을 위해 집 뒤편에 있는 마을 언덕을 하루에 수 차례씩 오르내린다고도 했다.

"요즘처럼 지천으로 꽃들이 활짝 핀 계절에는 마을을 돌며 많이 걷고 있어. 간혹 비가 오는 날에는 방안에서 한 번에 10회씩 두 차례 정도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지."

관절이 좋지 않은 노인들에게 무리한 운동일 것 같은 '앉았다 일어서기' 운동을 한다는 것이 잘 믿기지 않았다. 할머니는 수다를 떨면서 속에 있는 근심·걱정을 날려버린다고 한다. 그래서 할머니는 마을에서 소문난 수다쟁이다.

며느리 강귀순(72)씨는 "TV를 보실 때도 혼자 웃으시면서 말씀하시고 '건너 마을 아무개 집에 무슨 일이 생겼다'면서 마을 대소사에 대해 하루종일 말씀하신다"고 말했다.

건강의 적으로 지적되는 스트레스를 수다로 풀고 계신 것이다. 할머니는 "내 나이가 되면 주변 친구들이 다 죽고 혼자만 남게 돼 외로움을 느끼게 되는데 나는 이웃사람들과 매일같이 말을 섞으며 지내니까 외로움도 덜하고 스트레스도 풀린다"고 말했다.

할머니의 최대 고민은 자식 걱정이다. 할머니를 모시며 함께 살고 있는 큰아들과 며느리가 건강이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큰아들 김진영(76)씨는 위장이 좋지 않아 밥 대신 죽으로 식사를 대신한다.

며느리인 강 할머니 역시 파킨슨 병을 앓고 있다. 변 할머니는 "아들과 며느리가 몸이 아픈데 나 혼자만 건강한 것도 마음에 걸린다. 몸에 좋은 것이 있으면 아들과 며느리에게 다 먹이고 싶은 심정"이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40년 전 사별한 남편이 나를 많이 사랑해줘서 고생하지 않고 살아 아직도 이렇게 건강하다"며 "어찌보면 남편과 자식들에게 사랑을 많이 받는 것이 장수의 최대 비결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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